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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 영화 결말, 6.25전쟁 속 참담한 희생들

by 우적우적 2023.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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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를 기점으로 북한군이 사전 치밀한 계획 끝에 한반도 전역에 걸쳐 선전포고 없이 기습 남침하여 일으킨 전쟁입니다. 남쪽의 국군과 UN군, 중화인민지원군까지 참전한 국제전으로 비화되었던 사건이며, 날짜로 인해 6.25 전쟁이라고도 불립니다. 

 

영화 <고지전>은 한국전쟁 막바지 최전방 에록고지 전투를 배경으로 하고있습니다. 몇 안 되는 국내의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 하나입니다. 

 

1. 감독

서울 미대 출신의 장훈 감독은 2008년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로 영화계에 두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후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의형제>를 제작하였고, 이후 2017년 <택시운전사>로 국내 천만감독 대열에 올라섭니다. 당시 <고지전>의 흥행 실적은 개봉시기의 판단 미스, 김기덕감독과의 불화 등이 겹쳐 참패로 평가받고 있으나, 이후 VOD나 OTT를 통해 평가된 작품성은 비교적 최근 작품인 <택시운전사>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 출연진

신하균은 우리나라 배우 중 독보적인 마스크와 매력을 지닌 배우입니다. 그는 자신만의 색깔로 대역을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나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능력이 있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 <우리형>, <공동경비구역:JSA>, <도둑들> 등 일부의 작품만 거론하더라도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광활하기 그지없습니다. 

고수는 상대적으로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는 않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강렬한 인상과 스크린을 사로잡는 카리스마가 관객들에게 주는 임팩트가 엄청나 오랫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국민 배우입니다. 드라마 <피아노>, <추노>, <반창꼬> 등 의 작품이 있습니다.

이제훈은 이번 영화에서 라이징 스타가 된 인물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다룬 <파수꾼>에서 그가 루키로써 활약했다면, <고지전>에서는 완숙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완전한 각인을 시켜주게됩니다. 날렵한 콧날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비교적 짧은 경력에 비해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파수꾼>의 이야기는 아래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2023.02.27 - [분류 전체보기] - 파수꾼 결말과 해석, 미성숙한 소통이 부른 비극

 

 

3. 줄거리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촌각을 다투는 고지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와중 판문점에서는 휴전협정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주인이 바뀌는 고지들의 상황에서 휴전협상은 진전이 없습니다. 방첩대 장교로 휴전회담에 참석하는 강은표(신하균) 중위는 이번에도 결렬된 협상에 신물이 납니다. 그러던 중 공산주의자 색출에 대한 실언으로 징계를 받는 대신 동부전선으로 발령이 납니다. 

 

그곳은 이번전쟁의 전략적 요충지인 애록고지를 두고 있으며 치열한 고지탈환전이 벌어지는 장소였습니다. 상부는 그에게 북과 내통하는 자를 색출해오라는 명을 동시에 내립니다. 게다가 얼마전 전투 중 자살했다는 해당 지역의 '악어중대' 기철진 대위의 죽음이 여러 부분 석연치 않은 점까지 일러둡니다. 그렇게 강 중위는 신임 중대장 유재호(조진웅) 대위와 신병 남성식(이다윗) 이병과 함께 악어중대 베이스캠프에 도착합니다.

 

의외로 다소 군기빠진 모습을 하고 있는 악어중대의 모습을 본 유 대위는 기강을 잡기 위해 자신의 부임 목표와 다짐 그리고 전략을 설파하던 중, 임시중대장 신일영(이제훈) 대위와 김수혁(고수) 중위를 만납니다. 수혁은 강 중위와 오랜 친구로서 3년 전 의정부에서 헤어지게 되었다가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새벽에 다시 애록고지가 침탈되었고, 다시 재탈환하기 위해 능선으로 이동합니다. 

수혁은 뛰어난 전략, 전술로 다시 애록을 탈환합니다. 3년전의 모습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능수능란하며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모습에 은표의 경계심을 사게 됩니다. 탈환한 고지의 시체들을 정리하는 과정에 은표는 북과 내통하고 있는 중대원들을 발견하고 대치를 벌입니다. 그러나 친구인 수혁의 설득과 내통과정의 이야기를 듣고 결국 총구를 거둡니다.

 

악어중대가 전략적 선점을 하려면 북한군의 저격 명사수 '2초(김옥빈)'을 제거해야했습니다. 그녀는 수킬로미터 밖에서 상대를 정확히 조준하는 엄청난 능력의 저격수였습니다. 수혁은 결심을 하고 2초를 제거하기 위해 출격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오히려 부대의 막내 남성식 이병만 희생되었고 끝내 2초 제거에 실패하고 맙니다. 

 

은표는 수혁의 잘못으로 남성식이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그간 쌓여있던 무모함과 잔인함을 물어 끝내 갈등을 폭발시키고 말았습니다. 전쟁이 의미하는 것은 두 사람에게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때 별안간 부대내 난동으로 인해 신일영 대위가 부상을 당합니다. 악어중대는 과거 포항에서 있던 낙동강 격전지에서 당시 신일영 일병의 아군을 희생시켜 철수하는 필사의 선택으로 남은 부대원들을 살릴 수 있었고 이때의 충격과 트라우마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당시 소대원이 난동을 부린 것입니다. 

 

수혁에 대한 은표의 감정은 점차 그를 의심하는 단계로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중공군이 북을 도와 내려온다는 첩보를 받고도 유 대위는 자신의 무모한 전략을 밀어부치다 결국 이성을 잃고 두려움에 떨자, 수혁은 그 자리에서 그를 총살합니다. 그 모습을 본 은표는 엄격한 군법에 의해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지만, 숱한 전투 경험에서 나오는 은표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 대위의 전략적 판단 오류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지휘를 잡은 신일영 대위는 즉시 탈출 작전을 개시했고, 동이 틀 때까지 전투는 계속되었습니다.

 

사방 경계를 할 수 밖에 없는 숲 속, 은표는 수혁에게 과거 기철진 대위의 죽음까지도 책임을 묻습니다. 둘의 우정이 균열이 생기고 균열에 불화가 절정으로 치닫게 되는 순간, 다시 2초의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남아있던 중대원들 모두는 사방으로 흩어지는 작전을 펼쳤고 그 틈을 타 수혁은 2초를 제거하기 위해 다시 무모한 감행을 시작합니다. 은표는 그의 뒤를 따라갑니다.

 

결국 수혁은 2초를 발견하고 정조준했지만, 고지를 두고 내통하던 사람이 바로 2초였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2초에게 공격을 받습니다. 은표는 쓰러진 수혁을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지만 결국 수혁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마지막 숨을 거둡니다. 은표는 수혁을 친구로서 생각했던 만큼이나 증오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눈앞에서 친구의 최후를 보며 괴로워합니다.

부대로 복귀하여 개인정비 중이던 악어중대원들은 라디오로 휴전소식을 접하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전사한 수혁을 업고 복귀한 은표를 보고는 다시 미어지는 가슴을 잡습니다. 포항에서의 충격과 죄책감으로 인해 슬픔과 고통을 모르핀으로 참아내던 신일영 대위마저 북받쳐 오르는 슬픔과 고통을 표출합니다. 그에게 김수혁 중위는 전쟁을 함께한 가장 가까운 전우였고, 때로는 상사였다가도 충실한 부하였습니다. 

 

휴전협정으로 잠시 긴장의 끈을 놓고 북한군과 대치한 상황에서도 서로 웃으며 인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연대장의 방문으로 알게 된 사실, 휴전협정은 12시간이 지난 후부터 그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집에 갈 수 있다는 꿈도 잠시, 마지막 고지 쟁탈전을 위한 최후의 총력을 다해야 하는 중대원들은 망연자실이었습니다. 인민군들 역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기세가 꺾인 중대원들을 모아놓고 신일영 대위는 다시 전투 준비를 독려합니다. 그동안 싸워왔던 패기와 독기를 다시금 끌어올려 만반의 전투태세를 촉구했고 중대원들의 눈을 다시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최후의 격전을 위해 대치중인 두 부대는 짙게 내린 안개를 사이에 두고 주고받던 고지 속 내통을 통해 서로 동화한 듯 '전선야곡'을 부릅니다. 안개가 걷히자, 최후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인사하며 지나쳤던 인민군들과 다시 총구를 겨누고 대검을 꽂는 처절한 살육을 시작합니다.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그토록 원하던 한반도의 사내들이 처절한 마지막 숨을 내쉽니다.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는 사이, 동이틀 무렵이 되어야 은표는 더 이상 인기척조차 없는 전장에서 북과 내통하던 땅굴을 찾아 들어갑니다. 그곳에는 과거 의정부에서 자신과 수혁을 갈라놓으며 전쟁을 자신 있게 암시했던 인민군 중대장을 대면하게 됩니다. 그와 술을 나눠 마시고 서로의 담배를 나누고는, 그에게 전쟁의 이유를 묻지만, 그렇게 자신감 있던 그에게서도 전쟁의 이유는 이미 사라진이 오래였습니다. 그때 라디오에서 정전협정의 효력이 시작되었음을 듣고 둘은 황망한 웃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그리고 인민군 중대장 마저 마지막 숨을 내쉽니다. 

 

4. 숭고하게 희생된 청년들

<고지전>에서는 전쟁의 참상을 겪으며, 변화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줍니다. 

겉으로는 대찬 척 하지만, 궁지에 몰리자 이성을 잃고 비겁하게 본성을 드러내는 유재호 대위,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재빠른 판단으로 숱하게 중대원들을 살려왔지만, 아군마저 희생시켜야 했던 처절한 선택을 감행하여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는 신일영 대위, 순수하고 겁 많던 대학생이었지만 전쟁의 가장 잔혹한 참상을 마주하며 냉혈한이 되어버린 김수혁 중위 등 전쟁이라는 것이 말로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참혹함을 변화하는 인간군상을 보여줌으로써 더욱 아프게 와닿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전쟁을 기반으로 한 작품인 것 자체가 당시 사상과 체제를 위한 명분으로 희생된 그들의 목숨이 더욱 숭고하고 고고하게 느껴지는 이유인 것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아프게 와닿았던 전쟁의 참상을 말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으니까 당연히 지옥에 가야 하는 게 맞는데, 여기보다 더한 지옥이 없어서, 그냥 여기 남아있는 게 아닐까....? 은표야, 우리 어머니 얼굴이 기억이 안 나..."

2초에게 총을 맞고 쓰러진 수혁이 친구 은표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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