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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결말, 김실장이 복수한 이유

by 우적우적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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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은 제가 좋아하는 감독 중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그가 보여주는 작품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보는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조용한 가족>으로 충무로에 데뷔한 이래, <반칙왕>,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 <밀정>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흥행작이 많습니다. 특히나 이번에 이야기할 <달콤한 인생>은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1. 출연진

그 유명한 대한민국 남자배우를 꼽으라 하면 바로 이배우 이병헌입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 중 그의 영화를 최소 두 편 이상은 봤으리라 장담합니다. 다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영화사에 이토록 짙은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개성이 엄청난 배우입니다. 특유의 저음 바이브와 각진 턱선에도 역할을 가리지 않는 메서드를 보여주며 우리의 눈과 귀를 항상 즐겁게 해 줍니다. <달콤한 인생>에서는 조직폭력배의 행동대장인 김선우 역할로 등장합니다.

그 조직의 보스로 김영철 배우가 나옵니다. 역시 이병헌의 대부역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할 겁니다. 과거 <왕건>에서 궁예 역할로 뿜어냈던 카리스마를 다시 한번 조직의 보스 역을 맡아 연기를 하는데, 사업가 행세하는 폭력조직 보스입니다.

그리고 그 보스의 내연녀로 등장하는 윤희수 역을 맡은 신민아 배우입니다. 첼리스트로 등장하며 역시 스크린을 압도하는 미모와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완벽한 김선우, 즉 김실장을 질투하는 문실장으로 등장하는 김뢰하 배우입니다. 배우들을 하나둘씩 곱씹어보면 이렇게 찰떡 캐스팅이 있는가 싶을 정도로 그 역할들에 대단한 몰입을 느낄 수 있습니다. 

 

2. 줄거리

호텔 레스토랑을 맡고 있는 김실장(이병헌)은 같은 건물 내 나이트클럽에 소란을 피우는 조직 일당을 말끔히 처리하는 해결사의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김실장은 자신의 보스 강사장(김영철)과의 식사자리에서 자신이 출장 가있는 동안 자신의 내연녀가 바람을 피우는지 감시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떠납니다. 김실장은 강사장의 명령대로 그의 내연녀 희수(신민아)를 감시하기 시작합니다.

문실장(김뢰하)의 연락을 받고 호텔로 돌아간 김실장, 문실장이 백사장(황정민)과의 자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불화를 일으키고 맙니다. 얼마 전 나이트클럽에 소란을 일으켰던 자들이 백사장의 부하들이었던 것입니다. 문실장은 관계를 개선해 보고자 김실장을 호출했으나, 그의 특유의 독선적인 태도에 자리가 이른바 깽판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다시 희수 뒤를 쫓는 김실장. 뭔가 의미심장함을 느껴 복귀하던 차를 다시 돌려, 희수의 집에 들이닥치자 그녀의 바람 현장을 그대로 목격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희수에게 뜻 모를 감정이 생겼었던 김실장은 실수를 하고 맙니다. 상황을 발견하면 전화를 하라던 강사장의 명령을 어기고 둘에게 함구하기를 협박한 것입니다. 

 

그렇게 거처로 돌아온 주차장에서 김실장에게 낯선 인물이 자신에게 사과를 요구하며 다가옵니다. 단지 사과만 하라는 그의 기이한 행동에 이미 신경이 예민해진 김실장은 더 공격적인 모습으로 낯선 자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날밤 잠이 드려는 찰나 알 수 없는 일당들에 의해 제압되어 끌려갑니다. 정신을 차린 김실장은 어딘지 모를 공장 속 천장의 밧줄로 묶여 있었고 사과를 요구한 남자가 그를 묶어놓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남자는 오무성(이기영)이라는 백사장의 부하였던 것입니다. 

김실장은 절대 우리 조직이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 경고하지만 이내 자신을 그렇게 잡아오라 한 것이 자신의 보스 강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강사장은 자신의 명령을 어긴 김실장에게 결백을 요구하지만 김실장은 설명하지 못하고, 문실장에 의해 구덩이 속에 파묻히게 됩니다. 

 

사실 이것은 강사장이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일부러 얕은 구덩이를 파게 하여 김실장이 빠져나오도록 의도한 것이었습니다. 이미 강사장의 지시로 김실장은 손가락 하나마저 크게 부상당한 상황이었고, 간신히 정신을 차린 김실장은 기회를 엿보다 조직무리들과 혈투 끝에 위기를 탈출합니다. 

 

얼마간 몸을 추스른 김실장은 자신이 신임하던 부하 민기(진구)로 부터 도움을 받고 불법무기밀매 조직을 접선하여 무기거래를 하기에 이릅니다. 그 조직의 수장은 신분확인을 위해 김실장을 추궁하다 그가 강사장을 배신한 부하인 것을 알고 당황하지만 선제공격한 김실장에 의해 일망타진되고 맙니다.

 

총을 손에 넣은 김실장은 오무석을 찾아가 백사장을 불러들이게 합니다. 백사장과 만남에서 그에게 선제공격을 받지만 이내 총으로 그를 사살합니다. 김실장은 강사장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무기밀매조직의 은신처에 도착한 수장 태웅의 동생 태구(문정혁)는 형의 죽음을 보고 김실장의 흔적을 좇아가기 시작합니다.

 

한편 김실장은 자신이 근무하던 호텔에 들어가 한 명씩 보내버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스카이라운지까지 올라간 그는 강사장을 마주합니다.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껴 현실을 믿기조차 어려워하는 그의 울부짖음에 강사장은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라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지만 김실장의 강한 결심은 그를 쏘는데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그때 습격한 오무석 일당과의 총격전이 시작되었고 다발의 총상을 입은 김실장의 의식이 흐려질 때쯤 태구의 등장으로 오무석 일당은 정리됩니다. 김실장이 흐릿해지는 정신을 잡고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데 그것은 바로 희수였습니다. 전화기를 이내 떨어뜨린 김실장은 태구의 마지막 한 발과 함께 세상과 이별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3. 선우는 왜 강사장을 죽였을까

김실장은 강사장은 7년이나 모셔왔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강사장이 김실장을 신임했던 만큼, 선우 역시 강사장에게 충성을 다했지만, 단 한 번의 실수가 너무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둘은 두목과 부하관계로 보이지만, 사실 서로 경쟁관계에 심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나이 든 강사장은 젊은 부하가 언제든 자신을 넘볼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자신의 영역을 굳건히 하고자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냉혈한에게 특히 신임받는 선우이지만 정작 그의 마음속에는 작은 순정도 없을 거라며 단정 짓는 장면에서는 7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서로를 모른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선우 조차 강사장은 냉혈한 조직의 보스이지만 자신에게는 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릇된 신념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또한 강사장의 내연녀를 보며 선우는 마음이 흔들렸고, 강사장으로 부터 그녀를 뺏고자 하는 심리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강사장 또한 자신의 믿는 부하가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자신의 내연녀에게 마음까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일종의 자격지심이 발동하여 그에게 더욱 가혹한 처세를 했을지 모릅니다. 그가 마지막에 느꼈다는 모욕감이 그런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카이라운지까지 올랐을 때는 단순히 자신이 배신당한 조직에 대한 복수만을 떠올릴 수 있었지만, 강사장의 마지막 대화를 나눈 뒤 미련 없이 그에게 총을 쏘는 선우를 보자, 그 자리를 정리한 후 희수에게 달려가려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선우의 복수는 조직에 대한 배신감과 희수에 대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꿈꾸는 달콤한 인생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조직의 신임받는 해결사로서 성공한 삶이었을까요, 희수 같은 여자를 품에 안는 것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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