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은 광역수사대 형사와 재벌 3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설정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빈자와 부자의 대결구도의 클리셰를 따라가며, 역시 돈보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가치라는 일관된 진리를 따라갑니다. 경찰은 여느 주인공과 같이 형편이 어려우나 정의감, 공정에 목숨을 걸고 하지 말라는 수사를 꼭 해야 하고, 나쁜 놈들은 꼭 잡아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대한민국 전형적인 경찰 캐릭터입니다. 범죄자는 항상 남의 아픔을 벌레 보듯 합니다. 돈과 권력이 최우선순위에 있고 돈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그들을 사회 정의에 반하는 캐릭터로 묘사합니다.
1. 영화의 설정
하지만 이렇게 뻔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이 이영화를 사랑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진부한 인물 설정임에 반해 튼튼한 각본과 연출력 덕분이 아닐까생각합니다. 메가폰을 잡은 류승완 감독은 자신의 흥행작 <짝패>와 <부당거래>의 만남이라고 평가받을 만한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영화에서 제목으로 설정한 '베테랑'은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한 세상에 권력을 이용해 편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세상을 합리화하며 권력뒤로 숨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정의를 보여주며 굴복시켜 자신의 일을 완수하는 '베테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줄거리
광역수사대 서도철 형사(황정민)는 무법지대에 있는 범죄자들을 체포하는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극악한 범죄자들을 상대함에 있어 폭력도 참지 않는 인물입니다. 그는 어느 날 드라마 촬영 뒤풀이에 참석했다가 신진물산의 조태오(유아인) 실장을 소개받게 됩니다. 그는 소문난 악동으로 여기저기 사고를 치고 다니는 인물로 유명한 재벌 3세였습니다.
도철은 그와의 만남에서 주변인들의 인격을 멸시하는 행동과 특유의 킁킁거리는 모습을 보며 직감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임을 암시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중고차 사기현장을 수사하던 과정에 신세를 진 배기사(정웅인)의 아들에게서 충격적 전화를 받게 됩니다. 임금이 밀려 항의를 위해 신진물산에 찾아간 배기사가 그 건물에서 투신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었습니다.
배기사와의 짧은 만남이 각별했던 도철은 단숨에 병원으로 달려가 배기사의 아들을 만나고 먼저 와 있던 경찰과 만나 사건의 경과를 듣게 됩니다. 배기사의 아들 이야기를 들어본 바, 사건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도철은 신진물산을 파고들기 시작합니다. 대기업 일가 라인을 파고들자 외압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경찰서장부터 시작해서 도철의 아내까지 회유하기에 나섰고, 결국 감찰반까지 내사를 들어와 도철의 팀을 해집어 놓기 시작합니다. 결국 조태오 측은 도철을 아예 제거하려는 모략을 펼치지만 애석하게도 그의 팀 막내가 부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사건은 경찰 살인교사로 전환되어 도철의 수사에 더욱 힘이 실려버립니다.
조태오는 거슬리는 일정도로 생각했던 일이 자꾸 복잡해지자, 결국 최대웅(유해진) 상무에게 모든 사건을 뒤집어 쓰게 하여 자수하게 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최대웅 상무는 모든 것을 자신의 결백으로 주장하지만, 도철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결국 조태오 밑에서 일하던 가드까지 경찰에 제보를 하며 조태오가 잠시 해외로 도피할 계획을 파악하게 됩니다.
도철은 조태오가 해외 도피전 그의 지인들과의 모임에 덫을 놓고 덮쳐 결국 그를 체포하는 데 성공합니다.
3. 모습을 드러내는 현실의 조태오들
영화가 개봉한지 8년이 지나갑니다. 당시만 해도 베테랑의 조태오 같은 악역들은 영화적 스토리와 설정으로 소비해 버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지만, 수년이 흐른 지금은 현실의 '조태오'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치 베테랑의 '조태오'를 표방하듯 악질적인 횡포로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보는 국민들은 분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맞서는 진정한 '베테랑'을 기다리지만 세상이 영화처럼은 쉽지가 않나 봅니다. 현실의 조태오보다 현실의 베테랑 서도철과 같은 인물들이 국민의 찬사를 받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4. 영화에 반하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영화의 주제를 역설적으로 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더 이상 이런 권선징악 형태의 영화는 한계가 오고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조태오는 나쁘고 위법한 인물입니다. 서도철 형사는 정의감에 불타는 선인입니다. 늘 하는 이야기이기도 이러한 부자와 빈자의 구도, 즉 부자는 돈이 많고 나쁜 사람들이고, 빈자는 마음을 더 중시하며 선한 사람들이라는 설정으로 다수의 착하다고 생각하는 빈자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부자를 공격해서 벌을 주는 이러한 내용은 한편으론 국민들에게 상업적인 쾌감을 선물하기도 하지만, 무조건 부자가 나쁘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부단한 노력과 희생으로 부를 쌓은 사람들이 게으르고 의지박약 한 사회부적응자들에게까지 무고한 희생을 당하게 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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