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성공, 돈, 좋은 집, 좋은 차, 등등 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내재되어 있는 부자의 이미지는 탈세, 편법, 특혜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많이 소비됩니다. 그리고 다수의 미디어에서 이야기합니다. "선한 빈자들이 힘을 합쳐서, 소수의 부자들을 몰아내자."라고.
오늘의 이야기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부자와 빈자에 대해서 사회적 통념과 다르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영화가 흥행한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 우리는 어려서부터 선한 것은 가치를 좇는 것이고, 남에게 나누고 베풀며 살아야 하는 것이며, 돈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고. 그렇게 살아온 21세기 많은 청춘들은 과연 돈보다 중요한 삶을 찾아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요? 오히려 반대로 살아가야 함에 심각한 괴리감을 안고 산다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 나보다 잘 나가거나 잘 사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위축을 느끼기도 하고 그들의 흠을 잡아 끌어내리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런점을 파고들었습니다.
1. 감독
두말하면 입이 아플만큼 굉장한 감독입니다. 93년 데뷔를 하였고 대구 출신입니다. 이미 아시다시피, <살인의 추억>, <괴물> , <마더> 등 천만관객 동원에 중심에 있는 감독입니다. 특히 사회적 현상들을 아주 묘하게 파고들어 재미있는 질문을 던지는 그의 능력은 가히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기생충>을 통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2. 출연진
봉준호 감독의 영원한 파트너 송강호 배우가 나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중 세 손가락 안에 반드시 들어갈 영원한 국민배우입니다. 그리고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등이 출연하는데 이번 캐스팅에서 이선균, 조여정의 경우는 '봉준호스럽지 않다.'는 우려를 처음에 받았던 배우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봉준호 감독이 가지고 있던 캐스팅의 컬러가 선명했던 원인이기도 합니다.
3. 줄거리
전원이 백수인 기택(송강호)의 가족, 먹고 살기가 퍽퍽한 정도가 아니라 다 큰 어른 네 식구가 좁은 반지하에 살고 있는 만큼 그들의 삶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로의 사이는 좋습니다. 그의 아들인 장남 기우(최우식), 그리고 딸 기정(박소담)은 오늘도 희미한 와이파이를 찾아다닙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우의 명문대 친구 민혁의 소개로 고액과외를 하게 됩니다. 무직인 네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이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그 과외는 연교(조여정)의 고등학생 딸 다혜(정지소)를 가르치는 것. 기우는 단 번에 연교와 다혜를 사로잡는 과외솜씨를 보이며 정식으로 과외선생님이 됩니다.
연교에게는 막내 아들 다송이가 있습니다. 그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유별난 점이 있어 많은 선생님들을 지치게 했습니다. 마침 기우는 자기 동생인 기정이를 떠올려 미국에서 공부하는 사촌의 대학후배를 가장해 그녀까지 고액과외 선생님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물론 모두 거짓 신분으로 위장한 채 말입니다.
기정이 역시 타고난 연기력과 말주변으로 연교의 눈을 속여 다송이의 선생님이 됩니다. 두 남매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기정이는 자기에게 호감을 보인 연교의 남편인 박사장의 운전기사를 이용해 박사장이 그를 해고하도록 유도했고, 연교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를 다시 위장시켜 박사장의 운전기사로 들입니다.
아예 작정한 듯한 기택의 가족의 타겟은 이제 박사장의 집에서 일하는 문광. 기정과 기우는 그녀를 그만두게 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그녀가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는 점, 그리고 병원을 간 이력을 이용해 허위로 결핵이 있다는 점, 등을 앞세워 연교로 하여금 그녀를 해고하도록 유도합니다. 연교는 마음이 안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오래 함께한 문광을 하루아침에 내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집안일이 서툰 연교에게 가정부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이미 꿰뚫어 버린 기택의 가족은 이제 하나 남은 기택의 아내 충숙(장혜진)까지 박사장 집안의 가정부로 들여오기를 성공합니다.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것만 같던 어느날 박사장네 가족은 다송이의 생일을 맞아 온 가족이 캠핑을 떠납니다. 기택의 식구는 박사장의 저택이 마치 자신들의 집인양 마음껏 술을 퍼마시고 집안의 기물들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이제는 마치 자신들이 부자라도 된 것 인양,말도 안되는 상상까지 하며 거실에 모여 앉아 술을 퍼 마십니다. 밖은 세찬 폭우에 벼락까지 치지만 그마저도 운치가 있다며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문광이 집으로 찾아옵니다. 그녀는 잔뜩 상한 얼굴을 한채 섬뜩하게 웃으며 집에 놓고 간 물건이 있다고 양해를 구합니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준 충숙은 문광을 따라 지하실로 내려갔다가 기가 찬 상황을 보고야 맙니다.
문광의 남편이 지하벙커에서 살고 있던 것. 그녀의 남편은 근세(박명훈). 지하벙커는 과거 부자들이 북의 침공이나 채권자들을 피해 숨기 위해 몰래 만든 비밀공간이지만 새로 이사온 박사장은 이 공간의 유무를 알지 못했고, 이전부터 가정부를 해온 문광만이 그곳의 존재를 알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남편 근세는 사업실패와 빚에 떠밀려 지하벙커에 숨어 살던 것입니다.
문광이 애원하며 남편을 보필해달라 구원하지만, 충숙은 단호하게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다 그 상황을 엿듣고 있던 충숙의 가족들이 단 번에 계단에서 미끄러워 넘어져 버리는 사태가 발생했고 이때 기우의 말실수로 온 가족이 사기를 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을 듯이 부탁하던 문광이 돌연 차가운 모습을 하며 충숙을 몰아세웁니다. 재빠르게 촬영한 동영상을 볼모로 그들을 벌세우고 거실로 올라가 소파를 차지한 채 시시덕 거립니다.
기회를 엿보던 충숙은 과거 투포환 선수였던 체격을 이용해 그 둘이 방심한 사이 공격합니다. 그때 갑자기 연교의 전화를 받은 충숙은 폭우때문에 캠핑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아수라장이 된 박사장댁 거실을 치우고, 문광과 근세를 지하벙커에 몰아넣습니다. 연교가 부탁한 짜파구리를 준비한 충숙은 연교에게 들킬세라 부엌으로 달려 나오던 문광을 발로 차 계단을 굴러 떨어지게 합니다.
다행히도 박사장의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고 있는 상황. 충숙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거실 테이블 밑에 숨어 들었습니다. 별난 아이 다송이는 비 오는 날임에도 마당에 나가 텐트를 치고 자는 탓에 박사장과 연교는 마당이 보이는 거실 소파에서 잠들기로 하는데, 박사장이 김기사, 즉 기택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둘의 성적 행위를 숨어있는 채 온 가족이 듣는 불편한 상황이 전개됩니다.
한참 후 두 사람이 소파에서 잠든 틈을 타 기택과 기우, 기정은 박사장 집을 도망쳐 나옵니다. 충숙과 근세와의 문제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기택은 아이들을 안심시키려 계획이 있다고 말하고 일단 집으로 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폭우에 이미 기택의 집은 물 바다가 되었습니다. 술퍼마시며 감상하던 운치 있는 정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처절했습니다.
그렇게 수재민이 된 가족은 다함께 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로 가 잠자리를 청합니다. 자신이 시작한 일 때문에 이 모든 상황이 벌어졌다는 생각에 기우는 죄송하다고 하지만, 기택은 최상의 계획은 무계획이라며 세상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말을 합니다. 기우는 민혁이 선물한 수석을 꼭 끌어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자꾸 달라붙는다 말합니다.
다시 지하벙커에 갇힌 근세는 계단을 굴러떨어진 아내 문광을 보며 분개합니다. 충숙이 발로 차 굴러 넘어져 자신이 뇌진탕인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아내를 보고 제정신일 남편은 없습니다. 근세는 늘 그랬듯 계단에 달린 센서등을 가장해 모스부호를 보냅니다. 아무도 모르는 이 신호를 다송만이 깊게 주시합니다.
다음날 아침. 맑게 개인 하늘은 어느때 보다 화창합니다.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다송이의 생일 축하를 위해 여러 지인들을 모아 파티를 하기로 합니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특근수당까지 챙겨주며 김기사까지 호출한 박사장의 가족. 기우를 좋아하는 다혜의 요청으로 기우까지 초대했고, 다송의 생일인 만큼 멋진 생일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기정까지 호출합니다. 다시 박사장댁으로 모이게 된 기택의 가족들.
모두가 모인 자리에 박사장과 기택은 숲에 숨어 인디언 복장을 한채 기다립니다. 가족들을 위해 애쓰는 박사장에게 기택이 이해한다는 듯 말을 건내지만 박사장은 다시 한번 고용주와 고용자와의 관계임을 인지 시키며 선을 긋습니다. 그때 다혜와 함께 있던 기우는 무언가 결심한 듯 수석을 들고 지하벙커로 갑니다. 아무도 없는 듯 조용한 지하벙커를 살피다 그만 근세에게 잡히고 맙니다. 그를 공격해 사건을 덮어 마무리 지으려던 기우는 오히려 근세에게 잡혀 수석으로 공격을 당합니다.
근세는 부엌에 있던 칼을 집어들고 문광의 복수를 하기 위해 정원으로 나갑니다. 그의 칼은 기정의 가슴에 꽂혔고 충숙과의 몸싸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수라장이 된 다송의 생일 파티. 졸도를 한 다송을 빨리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김기사를 다그쳐 차키를 던지라 하지만, 하필 떨어진 곳에 근세가 있어 박사장은 코를 비틀어 막으며 근세를 밀어내고 차키를 줍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기택은 박사장을 칼로 찔러 버립니다. 그리고는 지하벙커로 숨어 들어갑니다.
머리를 크게 다친 기우는 회복을 했지만 기정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행방을 모르고 있어 경찰에게 해줄 이야기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다시 박사장의 집을 살피던 기우는 센서등을 통해 아버지가 보내는 모스부호를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계획을 세웁니다. 저 집을 먼저 사겠다고.
4. 가난이 선하다는 언더도그마 이제는 그 덫에서 나와야 한다.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는 인식이 누구에게나 내재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그랬을까요. 오히려 피해를 본 것은 박사장댁이며, 빈자인 기태의 가족들은 사기를 치며 박사장의 부를 탐하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영화 중반부에서는 마치 자신들이 중산층 이상이라도 된 것인 양 문광과 근세를 멸시하기까지 합니다. 제가 본 세상 역시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늘 부자들을 손가락질했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남이 가지면 배 아파하고 시기 질투하기만 했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러한 잘못된 인식을 미디어에서는 아주 영악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주 민감한 소재일 수 있어 이 정도로 그치겠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봉준호 감독은 이런 사회적인 통념을 깨부수는 설정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는데 선수입니다. 과연 가난은 약한가?라는 질문을 던져 놓고 영화를 본 개개인이, 관객이, 더 나아가 사회가 함께 탐구하도록 유도하는 마법사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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